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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기에 빨간 나비넥타이,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엉뚱한 길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길 걸어갈까 합니다. 유쾌한 발걸음, 함께 노래합니다."

가객 장사익이 팔십을 앞둔 희수(77)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 무대는 그의 30년 음악 여정에서 처음 시도하는 재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 지난 1998년 창단된 캐나다의 18인조 빅밴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TJO)'와 손잡고 무대에 오른다.
'장사익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두루마기 재즈를 입다'는 오는 19일 서울 농협캐피탈 마포구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대구, 경기도 안산, 부산에서 총 네 차례 진행된다.
■"제 노래 재즈와 닮았죠"
장사익과 TJO의 인연은 지난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공동 녹음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표곡 15곡을 빅밴드 편성으로 새롭게 녹음했지만, 팬데믹으로 공연 자체는 무산됐다. 그러다 6년 만에 그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만 대출 미뤄진 꿈이 결실을 맺게 됐다.
이번에 색다른 협업을 주도한 이는 장사익과 20여 년을 함께한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 음악감독이다.
정 감독은 "자신만의 호흡대로 노래하는 장사익 선생의 음악 작업 자체가 이미 재즈적"이라며 "금관악기(브라스)의 강렬한 사운드와 선생님의 영혼 어린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 발산되는 에너지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비교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렬하다. 녹음 당시 현지 스태프가 장사익의 목소리를 '에픽(Epic)'이라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장사익은 시(詩)에서 가사를 붙여 만든 자작곡과 자신이 아껴온 대중가요를 즐겨 불러왔다. 이번에도 둘을 적절히 섞어 15곡을 최종 낙점했고, 편곡의 다양성을 위해 5명에게 각각 3곡씩 맡겼다. 1집 수록곡 '꽃'은 장 전복자연산 사익이 직접 편곡을 제안했다.
정 감독은 "한국 소리를 잘 모르는 이들이 선율을 받아 재즈 백그라운드와 결합하면 오히려 더 신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며 "1950년대 빅밴드 스타일에서 모던 재즈, 클래식·영화음악적 질감까지 폭넓다"고 귀띔했다.
장사익은 "재즈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의 음악은 재즈와 닮은 현대캐피탈 자동차할부 구석이 많다. 장사익이 자신만의 창법을 발견한 것도 재즈의 즉흥성과 닮아있다.
장사익은 사물놀이팀에서 태평소를 불던 시절, 프리 재즈 타악 연주의 대가 김대환(1933∼2004)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박자나 화음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내 호흡대로 하라고. 그때부터 박자를 풀어놓고 제 느낌대로 노래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언젠가 미국 애틀랜타에서 '찔레꽃'을 반주음악(MR)에 맞춰 불렀는데, 남부 흑인 뮤지션들이 와서 악수를 청하며 '소울풀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기뻤다"고 웃었다.
"'나는 갈 테니까, 알아서 들어오시오.' 그런 마음이에요. 맞춰주면 고맙고, 안 들어와도 괜찮고. 제 노래는 비트에 얽매이지 않아요. 그 자유가 재즈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장사익의 보컬에 더해 해금 연주자 하고운, 그리고 4인 합창단이 함께한다.
장사익은 "김치·된장 냄새가 풍겨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그는 "악보대로 연주하는 빅밴드에 가장 중요한 악기, 내 목소리가 얹혀야 비로소 기둥이 세워진다"며 "녹음실에서는 내가 가진 걸 다 펼치지 못했다"고 이번 협업에 기대감을 표했다.
■마침표 없는 노래 인생 벌써 30년
"공연장에 서면 나도 모르는 힘이 나옵니다. 굿쟁이에게 신이 오르듯, 엄청난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지난 1994년 한 소극장에서 첫 공연 '하늘 가는 길'을 올린 장사익은 이듬해 1집 음반을 내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기침' '허허바다' '꿈꾸는 세상' '사람이 그리워서' '자화상' 등 10장의 정규 음반을 통해 대중과 호흡해왔다.
장사익은 "마흔여섯에 친구 등에 떠밀려 노래를 시작했다"며 "그저 한번 놀아보자고 시작한 일이 벌써 30년을 넘어섰다. 목이 아파서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꾸준히 노래해온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라며 행복해했다. 또 "어머니는 늘 '젊어서 노래했으면 팔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시작했다면 이런 노래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올해 일흔일곱이 된 그는 "예전 같으면 '상늙은이'라 불릴 나이"라며 웃었다. 그는 "아직도 무대에 선다는 게 신기하다. 삼신할머니, 삼세판, 작심삼일… 우리가 3을 중요시 여기잖나. 이번 30년 노래 인생도 어쩌면 '끝까지 가라'는 뜻일 것"이라며 마침표 없는 노래 인생을 예고했다.
장사익에게 노래는 그야말로 삶 그 자체다. 20년 전부터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면 상가에서 직접 조가(弔歌)를 불렀다는 그는 "슬픔을 달래줄 때, 노래의 힘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무용계 전설적 안무가 피나 바우쉬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노래하듯 춤추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인생의 가을, 야구로 치면 8회 쯤에 와 있습니다. 늙은 사람의 목소리가 더 귀하게 들리는 순간이 있어요. 삐쩍 마르고 서걱거리는, 노인이 부르는 노래야말로 진짜 노래 아닐까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